Thermalright @ Computex 2025 – 시리즈 제1편’가성비 브랜드’의 껍질을 깨고, 기술 플랫폼으로 진화하다
2025년 컴퓨텍스. Thermalright의 부스는 이전과는 전혀 다른 무게감을 지니고 있었다.
기존의 “가성비 좋은 쿨러 브랜드”라는 단순한 이미지에서 벗어나, 기술 기반 하드웨어 플랫폼 기업으로의 전환을 전면에 내세운 모습이었다. 쿨러 몇 개만 늘어놓고 가격으로 경쟁하던 과거와 달리, 이번 전시는 Thermalright가 그동안 내재화해온 생산력, 설계력, 그리고 기술 실험 의지를 종합적으로 보여주는 무대였다.
쿨링의 본질을 재정의하려는 시도 – 고정압, 중심부 유동, 기능 통합
가장 먼저 눈에 띈 것은 17개의 블레이드를 채택한 풀 메탈 팬 X12 프로토타입이다. 알루미늄 블레이드와 아연 합금 프레임, CNC 가공, 팁 간극을 극소화한 설계, 내측 링 구조까지. 이 팬은 단순히 회전하는 쿨링 부품이 아니라, 허브 중심부의 정압 손실 문제와 유속 비대칭성을 해소하기 위한 유체역학적 실험장에 가깝다.
이러한 실험적 설계는 AIO 쿨러 라인업에서도 나타난다.
Stream Vision은 기존 수랭 쿨러와 달리 측면 팬을 내장하여 RAM과 VRM까지 냉각 대상에 포함시킨 통합형 구조를 갖췄고, Rainbow Vision/Wonder Vision은 6.67인치 OLED 패널을 장착하여 Corsair, ASUS, NZXT를 겨냥한 고급 디스플레이 쿨러로 등장했다. 심지어 디스플레이 모듈을 교체 가능하게 설계하여 팬, 케이스, 미니PC 전반에 통합 UI 시스템을 적용할 수 있는 가능성을 시사했다.
단품 부품에서 ‘열관리 플랫폼’으로 – 제품군의 수직적 확장
Thermalright의 이번 전시는 단순한 쿨링 부품 전시가 아니었다.
팬, 공랭 쿨러, AIO, 케이스, 미니PC까지 수직 확장된 전체 생태계 구조를 명확히 드러냈다.
- 공랭 쿨러: Frost Tower, Royal Lord, PA140 등 기존 히트싱크 라인업을 보강하면서, LCD 디스플레이와 LCP 블레이드 팬, 솔더링 핀 구조로 완성도를 높였다.
- 케이스: TR M10 MATX 케이스는 $45~$65 가격대임에도 불구하고 LCD 패널, 전면 디지털 디스플레이, 상하좌우 천공 구조 등을 적용해 쿨링 중심 설계를 일관되게 유지했다.
- 미니PC: Thermalright는 Minisforum을 정면 겨냥한 수랭 미니PC 라인업을 선보였다. 내부에 140mm 라디에이터를 장착하고, 100% 부하에서도 61°C의 온도를 유지하는 쿨링 성능을 시연했다. 일부 CNC 프레임 모델은 현재 판매 예정은 없지만, 향후 수요에 따라 프리미엄 소량생산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다.
이러한 구성은 단순한 제품 다양화가 아니라, 팬–AIO–케이스–미니PC를 하나의 통합 쿨링 플랫폼으로 엮는 전략적 포석이다.
기술 실험성 + 가격 경쟁력 – 그들의 방식은 여전히 ‘가성비’
Thermalright는 여전히 가격 경쟁력이라는 핵심 무기를 놓치지 않았다.
-Frost Tower는 LCP 블레이드와 솔더링 구조를 갖추고도 $50
-Royal Lord는 듀얼 팬, 7 히트파이프 구성에 $43
-Stream Vision AIO는 LCD + RAM/VRM 냉각 포함이면서 $100
-Rainbow Vision/Wonder Vision OLED AIO는 6.67” 디스플레이에도 불구하고 $200
이처럼 Thermalright는 기능과 구조의 고도화에도 불구하고 가격은 항상 경쟁 제품보다 20~40% 낮게 책정하고 있다. 이는 단순히 마진을 줄여서 가능한 일이 아니다. Thermalright는 팬, 히트싱크, 라디에이터, 심지어 생산용 금형까지 모두 자사 공장에서 제조하는 수직통합 생산 체계를 갖추고 있으며, CEO는 인터뷰에서 다음과 같이 밝혔다:
“우리는 모든 부품을 직접 만듭니다. 성능은 충분히 좋고, 가격은 낮다. 그것이 Thermalright의 전략입니다.”
브랜드의 재정의 – 기술 중심 제조사로서의 Thermalright
이번 전시를 통해 Thermalright는 자사의 정체성을 이렇게 재정의하고 있다:
“저가형 쿨러 브랜드” → “기능 집중형 하드웨어 실험 플랫폼”
“ODM 의존형 생산” → “수직통합 독립 제조사”
“일회성 부품 판매” → “생태계 기반의 통합 열관리 시스템”
단적인 예로, 모든 제품에 디스플레이가 접목되고 있고, 팬과 수랭 구조는 서로 교차 호환되며, 케이스 역시 같은 패널 언어를 공유한다.
이는 Thermalright가 Noctua처럼 기능적 완성도에 집중하되, 가격과 실험성을 놓치지 않는 새로운 브랜드 전략을 채택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마무리 – 기술을 평범한 가격으로 대중화하는 실험
Computex 2025의 Thermalright는, 단지 “싸고 괜찮은 제품”을 만드는 곳이 아니라, 기술을 “보급 가능한 범위로 끌어내리려는 실험적 브랜드”에 가까웠다.
그들이 보여준 17개의 메탈 블레이드, 내부 링 구조, 디스플레이 교체형 AIO, 수랭 미니PC, LCD 케이스는 모두 미래형 쿨링 플랫폼의 가능성을 탐색하는 과정이었다.
중요한 건 그 실험들이 이제 단순한 기술 데모에 그치지 않고, 실제 시장에 공급 가능한 가격대로 포지셔닝되기 시작했다는 점이다.
2026년, 우리는 Thermalright의 이름을 다시 ‘저가형 쿨러 브랜드’가 아니라,
“열관리 플랫폼 제조사”라고 부르게 될지도 모른다.